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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일기/전통주

해풍을 맞이한 들국화를 담다, 서산 들국화주/★★★★☆(3.8)

by 주(酒)간(肝) 202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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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대표하는 꽃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코스모스를 포함한 다양한 꽃들이 가을엔 들판을 수놓지만, 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국화, 그중에서도 가을 한복판에 노오란 길을 만드는 '들국화'이다.

 

들국화는 굉장히 낯익은 이름에 비하여 그 모습을 보기가 외외로 쉽지가 않다. 뭐 한 두 송이 쯤이야 길가에 피어있을지도 모르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기다란 들국화 밭을 볼 수 있겠는가. 작정하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그 아름다운 모습을 만끽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라도 대리만족을 하기 위해 들국화가 담긴 술 한 병을 가지고 왔다. '서산 들국화주'. 우연히 '해미읍성'을 놀러 갔다가 발견한 친구이다. 간단히 요깃거리를 사기 위해 들린 마트에서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을 선보이며 전시되어 있었고, 그렇게 내 눈에 띄자마자 장바구니에 담기게 되었다.

 

그럼 아름다운 들국화의 맛과 향을 간직한 '서산 들국화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풍미를 가지고 있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해풍을 맞이한 들국화를 담다, 서산 들국화주

 

들국화주

제품명 : 서산 들국화주

가격 : 3000원(해미하나로마트)

원산지 :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주가

식품의유형 : 살균약주

용량 : 750ML

도수 : 13%vol


 

병의 디자인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제조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플라스팅 병에 담겨 있으며, 그 우 위로 편지지에 쓴 듯한 글이 덧붙여져 있다. 디자인이 이전에 비해서 바뀐 상태인데, 사실 바뀌기 전의 디자인은 너무 예스러운 느낌이 강하여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경향이 있다. 혹여나 예전 디자인이 궁금한 사람은 '해미읍성주가'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하니, 한 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해미읍성주가'에서 만들어진 '서산 들국화주'는 서해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들국화를 직접 채취하여 정성껏 빚은 술이다. 쌀과 들국화, 누룩 등 순수한 자연효모를 발효시켜서 만들어졌으며 3대를 이어온 세월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술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13도. 가격은 하나로마트 기준 3000원이다. 최근 온라인을 통하여 구매한 전통주의 가격이 대부분 10000원을 웃돌았기 때문인지 굉장히 저렴해 보이는 가격이다. 용량이 750ml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3000원 밖에 안 한다니, 한 병 밖에 구매하지 않은 것이 맛을 보고 나서 후회할까 걱정이다.


잔에 따른 술은 들국화를 그대로 담은 듯한 밝은 노란 빛깔을 선보인다. 부드럽게 흘러 내려가는 것이 꽤나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며, 투명하고 깔끔하다.

 

이어서 코를 가져다 대니 약간의 국화향과 밀, 누룩향이 섞여서 올라온다. 옅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보단 진한 향을 지니고 있으며, 누룩과 밀의 향이 비교적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알코올 냄새의 경우 향의 끝 부분에서 약간 올라오는 것이 끝이고, 국화의 향은 전반적으로 은은하게 분포되어 있는 듯하다. 특별히 괜찮지도 않은, 그리 나쁘지도 않은 딱 적당한 향이라고 생각된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들국화주'가 상당히 부드럽게 혀를 사로잡는다. 그리 연하지만은 않았던 향과는 달리 맛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곱게 느껴진다.


약간의 산미와 단 맛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뒤로 국화향이 가볍게 지나간다.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이 정말 간결히 이루어지는 기분이다. 13도라는 나름 술이라고 부를만한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의 맛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데, 때문에 본연의 향과 맛에 집중할 수 있어서 더욱 만족스럽다.

 

목 넘김 이후에는 쌀과 국화의 향, 그리고 약간의 단 맛을 혀에 남기고 사라진다. 우리가 약주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특유의 맛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약주를 싫어하는 사람도 정말 아무 부담 없이 음주할 수 있을 법한 맛이다.

 

또한 가벼운 바디감과 입 안에서 간결하게 퍼지는 풍미를 가지고 있다. 이름만 봐서는 꽤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맛에 있어선 크게 호불호가 갈릴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부드러운 주감과 고운 쌀의 맛, 거기에 더해진 은은한 국화향까지. 만약 여러분이 서산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이 술을 구매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술이 가볍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혹여나 진한 풍미와 짙은 향미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기존의 약주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려지는 그러한 농익은 맛이 아닌 부드럽고 맛있는 술이다. 오히려 이름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음주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며, 약주보다는 청주에 가까운 맛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두부김치, 부추전 등의 막걸리 안주를 권한다. 부드러운 전통주와 고소하니 바삭한 전을 한 점에 한 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한 병을 다 비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서산 들국화주', 향에 있어선 그렇게까지 특별한 느낌을 가져다주지 못하였지만 맛에 있어선 아니었다. 3000원에 750ml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하여 너무나도 고운 주감을 가져다주었으며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생각하였던 예상과는 달리 나에게 은은한 국화꽃 한 송이를 선물해 주었다.

 

온라인에서 따로 판매를 하고 있지 않기에 서산이나 해미, 태안으로 여행을 갈 일이 있다면 마트를 꼭 들려보길 바란다. 꼭 마시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 있으니 따로 문의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노란 들국화를 그대로 담은 '서산 들국화주'의 주간 평가는 3.8/5.0이다. 저렴한 가격과 그러지 못한 맛은 나에게 기대 이상의 만족을 선사했다.


 

개인적 평가

맛 ★★★★☆(3.5)

가격 ☆☆☆☆☆(0.5)

바디감 ★☆☆☆☆

당도 ★★★☆☆

향 ★★★☆☆

산미 ★★☆☆☆(1.5)

탄산 ☆☆☆☆☆

풍미 ★★★☆☆

 

주간(酒肝)평가

★★★★☆

3.8점 입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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