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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일기/전통주

우리나라 최초의 누룩 장인이 담은 술, 한영석 청명주/★★★★☆(4.2)

by 주(酒)간(肝)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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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날 음주하는 맑은술

 

아는 사람이 많진 않겠지만, 우리나라의 절기 중 하나에는 '청명'이라는 절기가 존재한다.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 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로서, 춘분과 곡우 사이에 있는 양력 4월 5일을 의미한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 다는 것을 의미하여 '청명'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비로소 봄밭갈이를 시작하게 되는 절기이다. 

 

이렇듯 농사와 관련하여 굉장히 중요한 절기 중 하나인 '청명'과 관련한 술이 바로 '청명주'인데, 여기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하나는 새해 농사일을 시작하는 때를 기하여 술을 빚었다가 농경이 한창일 때 음주하는 술이 '청명주'라는 것이고, 하나는 청명일에 빚는 것이 아닌 청명일에 마시는 술이 '청명주'라는 것이다. 둘 중 무엇이 진실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청명주는 농(農) 주였으며, 동시에 제(祭) 주였다는 것이다.

 

조상들에게 좋은 것을 드리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보통 제주로는 훌륭하고 맛있는 술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러한 이유로 청명주 역시 맛과 향이 굉장히 훌륭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하튼 여기까지 말했으면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 오늘 여러분에게 이야기할 술이 바로 우리나라의 전통주 중 하나인 '청명주'이다. 요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것이 보이고, 평가 또한 보통의 술들에 비하여 상당히 좋은 편이라 이렇게 가져오게 되었다.

 

청명일에 음주하는 맑은술은 어떤 모습과 맛을 가지고 있을까, 빠르게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최초의 누룩 장인이 담은 술, 한영석 청명주

 

청명주

제품명 : 한영석 청명주

가격 : 29500원(온라인기준)

원산지 : 전라북도 정읍시,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식품의유형 : 약주

용량 : 375ML

도수 : 13.8%vol


 

묵색의 병이 상당히 매력적인 빛깔을 자랑한다. 디자인이 그리 화려하진 않으나 고혹적이다. 검은 병은 밤하늘을 상징하는 것 같으며, 노란 원은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여주는 듯하다. 저녁 하늘 위로 적힌 곧은 글자들은 심플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술을 마시기 전임에도 관심을 가게 만든다.

 

한영석 청명주는 한영석 발효연구소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누룩 명인인 한영석 대표가 5개월간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약주이다. 배치별 다르게 누룩을 사용하여 맛에 차이가 존재하며, 내장산의 맑은 물, 누룩, 찹쌀로만 빚었고, 60일간 저온 발효 후 30일간 추가 숙성하여 입맛을 돋우는 산미와 깔끔함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술의 가격은 29500원, 사실상 삼만 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주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삼만 원이라는 가격은 상당한 편. 물론 어떤 맛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가격에 가지는 느낌이 다르겠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은 느낌이다. 일단 잔에 따라보도록 하겠다.


잔에 따른 술의 모습은 노오라면서도 맑은 빛깔을 선보인다. 색이 상당히 아름답다. 탁한 듯 투명하며, 약간은 무른 빛을 띠고 있는 것이 술을 입에 대기 전임에도 고운 질감을 자랑하고 있는 듯하다.

 

잔을 몇 번 흔들어 코를 가져다 대니 약간의 산미를 간직한 누룩 향기가 부드럽게 올라온다. 알코올의 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굉장히 은은하게 코를 감싸는 것이 참 일품이다. 청주의 향을 약하게 가지고 있고, 꽃이 피어나듯이 퍼져 오는 냄새는 잔에서부터 코를 떼지 못하게 만든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굉장히 고운 질감을 가진 술이 혀를 감싸준다. 약간의 단 맛과 혀에 침을 고이게 하는 산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산미의 정도가 지나치지 않고 적당한 곳에 머물러 있어 혀에 침을 고이게 만듦과 동시에 다음잔을 부른다. 단 맛과 산미의 어우러짐이 정말 상당히 좋다. 최근에 음주하였던 것 중 가장 조화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산미와 함께 혀를 휘감은 술은 그대로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에서 정말 단 하나의 부담스러움도 느껴지지 않으며, 목 넘김 이후에는 산미와 함께 누룩 향을 코에 남긴 채 사라진다. 여운 역시 훌륭한 편이라 자연스럽게 다시 병에 손이 간다.

 

바디감은 살짝 가벼운 편이고, 입 안으로 퍼지는 풍미는 산미가 중심이 되어 깔끔하게 퍼져나간다. 13.8도, 약 14도의 도수를 가지고 있으나 알코올의 향이나 맛은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어 잔을 반복하면 정말 취하는지 모르고 눈이 감기지 않을까 싶다.

 

첫 잔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여러 번 마실수록 최근 음주하였던 술 중 가장 괜찮다고 생각된다. 보통의 약주라고 떠올리면 생각나는 건강한 냄새, 그리고 건강한 맛이 존재할 텐데, 그런 맛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술이다. 산미와 누룩향, 부드러운 질감을 중심으로 하여 맛이 이루어져 있고 약간의 단 맛과 어우러진 향미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맛있게 음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혀와 코를 감도는 술의 느낌이 확실히 고급스럽다. 선물용으로도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 또한 병의 제품설명란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누룩'이라고 적어놓은 것이 아닌 '한영석 누룩'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누룩과 청명주에 대한 자부심을 동시에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향으로 한 잔 마시고, 혀로 한 잔 마시고, 눈을 감으며 그 한 잔을 떠올리는 술이다. 참고로 이번에 내가 마신 술은 '한영석 청명주 배치 7'이었다. 한 모금 먹기 전 까진 배치에 대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나, 술을 다 마신 지금 확실히 다른 배치가 궁금해진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로는 기름기 있는 삼겹살이나, 도미찜 등을 추천한다. 다른 음식보다는 확실히 한식들과 잘 어울릴 듯한 맛을 가지고 있다.


'한영석 청명주', 이름을 내걸만한 맛이었다. 혀를 감싸는 산미와 누룩의 향, 적절한 맛의 강도와 잘 어우러져 있는 재료들은 특별히 흠을 잡을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부드러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산미가 깃든 청주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음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배치의 맛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배치 7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대한민국 최초의 누룩 장인이 만든 '한영석 청명주'의 주간평가는 4.2/5.0이다. 최근 마셨던 주류 중 가장 훌륭했고, 당분간은 이 순위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개인적 평가

맛 ★★★★☆(4.2)

가격 ★★★☆☆

바디감 ★★☆☆☆

당도 ★★☆☆☆

향 ★★★★☆

산미 ★★★★☆(3.5)

탄산 ☆☆☆☆☆

풍미 ★★★★☆

 

주간(酒肝)평가

★★★★☆

4.2점 입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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