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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일기/전통주

배와 산삼 그리고 마음을 담은 술, 천사의 선물/★★★★☆(3.5)

by 주(酒)간(肝)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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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이 내린 천사의 선물

 

사람들은 간혹 믿을 수 없는 긍정적인 일이 생겼을 때 천사가 선물을 주었다고 말한다. 당연히 실제로 천사가 선물을 줄리는 없으니, 그만큼 기쁘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말한 것이다. 자신의 눈앞에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나오는 단어, 천사의 선물. 오늘은 그 이름을 가진 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이 술을 가져온 것은 새로운 술을 찾아 온라인 마켓을 뒤지던 중 우연히 한 사이트에서 상당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천사의 선물'이라는 이름도 그렇지만, 겉모습 역시 한국적이면서도 아름다워 스크롤을 내리던 나의 손가락을 순식간에 멈추게 만들었다. 외관과 명칭, 거기에 산삼과 배를 넣은 꽤나 매력적인 조합까지. 아마 대부분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한국적인 술을 보고서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 오늘도 사족은 여기까지 하고, 천사가 준 선물은 어떤 맛을 가지고 있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배와 산삼 그리고 마음을 담은 술, 천사의 선물

 

 

천사의선물

제품명 : 천사의선물

가격 : 10000원(온라인기준)

원산지 : 전북 부안군, 내변산 양조장

식품의유형 : 과실주

용량 : 375ML

도수 : 17%vol


 

병을 실제로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빛이 조금 더 밝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에게 가장 먼저 눈에 띈 '천사의 선물'의 특징은 처음 보았을 때 상당히 오묘한 아름다움이 병 안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노르스름한 빛 안에서 위아래로 흩날리듯이 움직이는 산삼의 조각들은 술을 마시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하였다.

 

내변산양조장에서 국내산 배와 산삼배양근을 넣어 숙성한 과실주인 이 술의 알코올 도수는 일반 소주와 비슷한 17도. 하지만 삼의 향이 진하게 퍼지고 거기에 배의 은은한 단 맛이 더해져 도수보다 훨씬 부드럽고 순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병 안에 들어있는 황금빛의 산삼배양근은 씹으면 씹을수록 특유의 쌉싸름한 풍미가 살아난다고. 

 

배와 산삼배양근의 조합이라, 왠지 모르게 약주와 과실주의 중간 정도의 맛이 날 것 같은 느낌이다. 가격은 온라인 기준 대략 10000원 정도로 안에 들어간 내용물이나 만들어진 과정을 생각하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잔에 따른 술의 모습은 병 안으로 보는 것에 비하여 좀 더 직관적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유자차 같기도 하며 노란 바다에 흔들리는 해초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확실히 오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코를 대보면 진한 삼의 향기가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우리가 삼으로 만든 차에서나 맡을 수 있을법한 향이다. 배의 향기는 씁쓸하고 고소한 삼의 향기에 밀려 잘 느껴지지 않으며 알코올의 향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각보다 삼의 향이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고소하기도 해서 그리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물론 애초에 이런 향을 싫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니 씁쓸한 삼의 맛이 혀를 안아준다. 중간중간 삼이 입 안에서 맴돌기는 하나 생각보다 술 자체는 부드러운 주감을 지니고 있다.


 

배의 단 맛보다는 삼의 씁쓸함이 조금 더 부각되어 있으며, 배는 맛의 끝에서 삼의 씁쓸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17도라는 도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의 맛이나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상당한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더하여 술의 바디감은 적당한 편이고 풍미 역시 썩 괜찮다. 혀를 넘어간 술은 쓴 맛을 가지고 있음에도 깔끔하게 사라지기에 여운 역시 나쁘지 않다고 느껴진다. 

 

무난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체적인 맛은 예상에 비해 오히려 괜찮은 편이었다. 씁쓸하였지만 알코올의 맛은 잘 다듬어 전혀 역하지 않았고, 전체적인 삼의 향과 맛, 그리고 거기에 곁들인 배의 향미는 마지막 퍼즐의 한 조각이 되어 술을 조화롭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래나 저래나 흔히 말하는 건강한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과실주이다. 입에 담자마자 느껴지는 삼의 씁쓸함과 배즙에서 느껴질 법한 단 맛, 거기에 술을 머금을 때마다 씹히는 삼의 조각들은 이러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달콤한 술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굉장히 어렵게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어느 정도 쓴 맛은 괜찮다는 사람은 알코올의 맛이나 향 없이 편안하게 음주할 수 있을 듯하며, 이러한 느낌이 어렵다는 사람은 쓴 맛을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한 잔 정도 얻어먹어보길 바란다. 더불어 술을 좋아하는 어르신들에게 선물로는 딱일 듯하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로는 회나 능이버섯오리탕, 백숙 등을 추천한다. 건강한 음식에 건강한 술이 곁들여지면 그것만한 보양식이 따로 있을까. 건강이야 말로 천사의 선물이지.

 

'천사의 선물', 왠지 이름은 부드럽고 달콤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지만 역시나 삼이 들어가서 반대에 가까웠다. 씁쓸하고 부드러운 맛. 천사의 선물 보단 산신령의 선물이 좀 더 술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었을까.

 

등산이 끝나고 보양식과 함께 음주한다면 참 마음에 들 것 같은 술이다. 실제로 쓰긴 썼으나 크게 부담스러움은 느끼지 못하였으니 백숙 한 점에 술 한 잔이라면 개운함과 건강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했던 '천사의 선물'의 주간평가는 3.5/5.0이다. 건강한 술이라는 기준만 놓고 본다면 전체적인 균형감이 굉장히 좋았지만, 그럼에도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맛은 어쩔 수 없는 평가의 기준 중 하나가 되는 듯하다.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운 술이었다.


 

개인적 평가

맛 ★★★★☆(3.5)

가격 ★★★☆☆

바디감 ★★☆☆☆

당도 ★☆☆☆☆

향 ★★★☆☆

산미 ★☆☆☆☆(0.5)

탄산 ☆☆☆☆☆

풍미 ★★★★☆(3.5)

 

주간(酒肝)평가

★★★★☆

3.5점 입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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