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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일기/전통주

우리나라 청주의 역사를 담다, 조선주조사/★★★★☆(3.8)

by 주(酒)간(肝) 202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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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양조역사와 이름이 같은 술

 

조선주조사, 1907년부터 1935년까지 일제강점기 시대에 작성된 대한민국의 주류에 관한 일제의 공식기록을 편찬한 책이다. 술의 종류와 제조법, 생산과 수급, 주류의 거래 등 당시 술에 관련한 대부분을 기록한, 현재로선 상당히 뜻깊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만한 내용 중 하나는 이때 주세법상 청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주세법상 청주의 역사라고 하면 어떤 문제가 있겠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있다. 이때 만들어진 주세법상의 청주는 일본식 청주, 흔히 말하는 사케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가 가진 원래의 청주는 약주로 분류되게 되었으며, 주세법상 청주가 되기 위해선 누룩을 1% 미만으로 사용해야 했다.

 

즉 간단히 말하자면, 기존의 우리나라의 청주는 약주가 되었고, 일본의 사케가 우리나라의 청주로 변한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바로, 조선주조사의 청주 주세법이 아직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청주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여하튼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고, 그럼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오늘 여러분에게 이야기할 술이 바로 '조선주조사'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주류 역사를 그대로 담은 책의 이름과 같은 술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맛일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청주의 역사를 담다, 조선주조사

 

 

조선주조사

제품명 : 조선주조사

가격 : 9000원(온라인기준)

원산지 : 경남 창녕군, 우포의 아침

식품의유형 : 청주

용량 : 700ML

도수 : 14%vol


 

조선주조사, 그리 길지 않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당시 한국의 가양주 문화를 없애려던 일제의 만행이 생각나서 그런 것일까. 아프지만 뜻깊은 역사는 '조선주조사'라는 한자로 적어져 띠지에서부터 힘차게 내려온다.

 

겉모습만 봐서는 제주로 많이 본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청주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조선주조사'는 비록 일제에 의하여 출간되었으나 주세법상 청주의 역사가 그때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청주의 역사를 담고 계승하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더불어 우포의 아침에서 탄생한 이 술은, 우리 쌀을 원료로 일주일 정도의 발효와 20일의 저온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을 전산화 한 스마트팩토리를 이용하여 제조되었으며, 때문에 곡물의 잡미는 느껴지지 않고,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가 좋아 부드럽게 넘어간다고 한다. 가격은 9000원, 사케라고 이야기했을 땐 저렴한 가격이 맞지만 깊은 뜻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맛 역시 어느 정도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잔에 따른 술은 약간 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다. 사케와 비슷한 색이며, 청주답게 연하고 무른 빛깔을 선보인다.

 

이어서 코를 가져다 대니 시원한 쌀의 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온다. 흔히 맡을 수 있는 사케의 향과 유사하며, 알코올의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향이 강렬하기보단 코 끝을 툭툭 건드리듯이 부드럽게 다가오는데 전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향의 끝에선 묘한 달콤함도 살짝 느껴지는 듯하다.

 

잔을 살짝 흔든 뒤 한 모금 머금으면 굉장히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준다. 맛 자체가 상당히 연한 편이며, 혀를 곱게 휘감은 후에 깔끔하게 목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듯하다. 향과 같이 혀의 끝에선 묘한 단 맛이 느껴지는데, 제품 설명란을 살펴보니 당당히 쓰여 있는 액상과당이 눈에 띈다. 내가 느낀 단 맛은 아마 이 때문인 것 같다.


 

목구멍을 넘어간 술은 쌀의 향미를 남기고 간결하게 사라진다. 진하진 않으나 고운 여운을 지녔고, 맛이 옅음에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각각의 재료가 역할을 다하며 어우러져 있어 느낄 수 있는 조화로움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부드럽기만 해 보이는 '조선주조사'의 도수는 14도로서, 보통의 소주와 비교해도 알코올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럼에도 알코올의 역한 향이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이 곱게 이루어진다.

 

적당한 바디감에 입 안에서 퍼지는 풍미도 썩 괜찮다. 미세한 산미와 단 맛을 끝에 선사하면서 사라지는 가늘고 깨끗한 맛은 청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호불호 없이 즐길만한 술이다.

 

개인적으로는 9000원의 가격에 이 정도 맛을 선보이는 것은 꽤나 잘 뽑아낸 술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보면 가장 싼 사케의 가격이 10000원대 초반인 것에 비해 조선주조사의 가격은 그보다도 저렴하니, 맛이 못할 만도 하겠만 그런 것이 전혀 없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참 좋다.

 

부드럽고 깔끔하게 들어와서, 고운 향과 주감을 남긴 채 사라지는, 은은한 술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딱 어울릴만한 청주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로는 궁중 떡볶이, 두부부침, 회 등을 추천한다. 너무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적당히 삼삼하면서도 간이 있는 음식과 함께 곁들이면 훌륭한 조합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선주조사', 사실 기대에 비해서 좋은 맛을 보여준 친구였다. 크게 모난 곳이 없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러움을 유지하면서 떨어지는 맛과 향은 술이 비단결처럼 곱다는 말을 절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9000원이라는 가격은 주종을 생각했을 때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기에, 가성비 좋은 사케나 청주를 음주하고 싶다면 한 번쯤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제강점기의 주조역사를 담은 청주, '조선주조사'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조선주조사'의 모든 것을 담진 못했지만, 청주를 시작한다고 이야기했을 때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평가

맛 ★★★★☆(3.8)

가격 ★★★☆☆(2.5)

바디감 ★★☆☆☆

당도 ★☆☆☆☆

부드러움 ★★★★☆

산미 ★☆☆☆☆

탄산 ★★☆☆☆

풍미 ★★★★☆(3.5)

 

주간(酒肝)평가

★★★★☆

3.8점 입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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