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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일기/소주

금년 겨울에 심어 명년 겨울에 피어나다, 겨울소주/★★★★☆(3.5)

by 주(酒)간(肝) 202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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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참으로 오묘한 계절이다. 차갑디 차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나, 오히려 그 차가운 바람 탓에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거리를 돌아다닌다. 어찌 보면 가장 차가우나, 그렇기에 가장 따뜻한. 이러한 변덕스러움 때문에 사계절 중 겨울이란 계절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꽤 있는 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스키 타는 것을 좋아하고, 신체에 열이 많은 편이라 여름 보단 확실히 겨울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여름에는 겨울잠 자는 곰 마냥 집에서 나오지 않다가도 겨울이 되면 오히려 더 밖에 나와 많이 돌아다니곤 한다. 그 분위기, 그 감성, 지나치게 눈이 많이 와 길이 막히는 것을 제외한다면 겨울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겨울 하면 항상 머리에 맴도는 것이 눈 내리는 겨울밤이다. 굉장히 고요한 정적 사이에서 천천히 하늘로부터 흘러내리는 눈방울 들은 나도 모르게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게 만든다. 아마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쯤은 멍하니 쳐다본 경험이 있을 테니까.

 

여하튼 내가 이렇게 미사여구를 늘어놓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 빠른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다, 오늘 가져온 술은 '겨울'과 관련이 있는 술이다. 심지어 이름부터 겨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겨울소주 45'.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의 이름을 딴 이 술은 어떤 모습과 맛을 가지고 있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금년 겨울에 심어 명년 겨울에 피어나다, 겨울소주

 

겨울소주

제품명 : 겨울소주45

가격 : 25000원(온라인기준)

원산지 : 충남 청양군, 아리랑주조

식품의유형 : 증류식소주

용량 : 375ML

도수 : 45%vol


 

병을 들자마자 보이는 디자인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굵은 흘림체로 '겨울'이라는 흰 글씨가 검은 바탕에 적혀 있으며, 그 주변으로 눈이 흩날리는 것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겨울밤을 그대로 형상화한 그림은 사계 중 가장 추운 계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겨울소주 45'는 '아리랑주조'에서 깨끗한 지하암반수로 탄생한 소주로서, 일체의 첨가물 없이 100일 숙성한 발효원주를 한 병 한 병 귀하게 담은 후 추가로 180일 숙성을 하여 인내 끝에 만들어졌다.

 

부드럽고 깊은 발효원주를 감압증류 하였기에 잡내와 쓴 맛을 잡아 깔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특유의 은은한 향과 감칠맛, 풍부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무려 도수가 45도나 되는 이 '증류식 소주'의 용량은 375ml, 가격은 25000원. 단순히 술 한 병이라고 생각하였을 때 단 번에 고개를 끄덕거리긴 힘든 가격이지만, 증류식 소주라는 것과 45도라는 도수를 생각해 보면 나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참고로 '겨울소주 45'는 2017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우리 술부문 대상을 수상경력과, 2019년 충남 술 TOP10에 선정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증류식 소주이기에 잔에 따른 술의 색은 투명하고 매끄럽다. 사실 대부분의 증류주가 가지고 있는 색이 이러한 투명한 모습이지만, '겨울소주'라는 이름 때문인지 이 빛깔이 유독 잘 어울리는 듯하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대니 농익은 쌀의 향과 함께 싸한 알코올의 향, 그리고 신기하게 코의 끝에서 고소함이 약간 올라온다. 전반적으로 향은 은은하게 퍼지는 편이며, 45도라는 도수에 견주어 봤을 때 알코올

향은 굉장히 약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주보다도 약한 알코올 향을 지니고 있다.

 

술을 몇 번 흔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상당히 스파이시한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향에서 느껴졌던 순함은 가면이었다는 듯이 강렬한 타격감이 입 안을 가득 채우고, 곧바로 혀를 넘어가 목구멍을 뜨겁게 만들어준다.

 

술을 입에 머금을 때 들어오는 쌀의 향은 꽤 괜찮은 편인데, 고도수에서 나온 타격감이 상당한 편이라 사람에 따라 이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몇 번 마시면 익숙해지긴 하니, 그때부터 좀 더 제대로 술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술의 주감은 부드럽기에 스파이시함을 제외한다면 혀로 시작되어 목구멍까지의 과정은 빠르고 간결하게 이루어진다. 이후 약간의 씁쓸함과 특유의 고소한 향을 남기고 사라지며, 이 향에서 나오는 여운은 나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느끼기에 이 술의 장점은 45도라는 정말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하다는 것이다. 증류식 소주라고 하여 다 같은 것이 아닌 맛이 천차만별이기에 도수가 비교적 낮아도 알코올의 역함을 제거하지 못한 경우가 있고, 도수가 높아도 알코올 특유의 역한 향과 맛을 잘 다듬어내 깔끔하게 느껴지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겨울소주 45'는 확실한 후자에 속하고 있다. 

 

무게는 정말 살짝 가벼운 편에, 풍미는 입 안을 혀부터 차례로 채워가는 것이 확실히 풍부하다고 생각된다. 높은 도수이기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겐 어려울 수 있으나, 고도수를 즐기면서도 깔끔한 증류식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잔을 반복할수록 조금씩 도수에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4잔 정도를 음주하니 처음엔 강렬하게만 느껴졌던 타격감도 낯익어져 술이 가진 본연의 맛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된다. 고소한 쌀의 향과,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잘 느껴지지 않는 알코올의 역함, 부드럽고 깔끔한 주감과 풍부한 풍미. 이렇듯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술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문제가 될 만한 점은 딱 하나. 너무 도수가 높고, 그렇기에 '이제 좀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쯤엔 이미 취해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것.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도미찜, 담백한 생선구이, 육회 등 너무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적당한 간을 지닌 음식을 곁들이길 바란다. 안주 중심이 아닌 술을 중심으로 음주하였을 때 더욱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소주이다.


'겨울소주 45', 이름 그대로 겨울처럼 차가운 듯하였으나, 익숙해진 후에는 부드러운 풍미와 함께 따뜻함을 보여주는 술이었다. 45도라는 일반적인 소주에 비해서 굉장히 높은 도수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으나, 반대로 고도수를 즐기는 사람에겐 좋은 술이 될 듯하다. 고도수 입문자가 바로 음주하기엔 힘들 수 있다고 여겨진다.

 

원래 원액을 좋아하는 편이라 나는 원액으로 음주하였지만, 토닉이나 온 더락으로 즐겨도 맛있다고 하니 고도수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다른 것들을 섞어서 즐기길 바란다. 술을 누리는 방법은 모두 각자에게 맞는 것이 있는 법이다.

 

이번 년 겨울에 심어 다음 년 겨울에 피어난 '겨울소주'의 주간 평가는 3.5/5.0이다. 너무나도 차가운 날씨였지만, 나에겐 역시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개인적 평가

맛 ★★★★☆(3.5)

가격 ★★★★☆(3.5)

바디감 ★★☆☆☆

당도 ★☆☆☆☆

향 ★★★★☆(3.5)

산미 ☆☆☆☆☆

탄산 ☆☆☆☆☆

풍미 ★★★★☆(3.5)

 

주간(酒肝)평가

★★★☆☆

3.5점 입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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