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주일기/소주

소주의 탈을 쓴 한국식 위스키, 운암 증류식소주 32 오크/★★★★☆(3.7)

by 주(酒)간(肝) 2023. 6. 9.
반응형

이것은 위스키인가, 소주인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소주는 다양한 모습으로의 변화를 꾀했다. 가양주로 시작했던 증류식소주는 사람들의 사정에 맞춰 희석식 소주로 바뀌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일을 넣기도 하고, 초콜릿, 민트를 추가하기도 하는 등 구매자들의 기호에 맞춰 여러 형태로 나타나왔다.

 

오늘 소개할 술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소주의 새로운 탈바꿈이다. 기존의 소주가 소주의 색과 맛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으로 달라졌다면, 이 소주는 술을 아예 오크통에 담아서 탄생시킴으로써 '증류식소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위스키의 느낌을 강하게 그리고 있다.

 

소주가 위스키의 모습을 나타낸다라, 그냥 이렇게 말만 들어선 사실 어떻게 생긴 것인지 상상이 잘 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볼 수 없는 모습이며, 새로운 시도가 술로 탄생한 것이니까. 위스키의 탈을 쓴 소주는 어떤 맛과 향을 가지고 있을지. 어서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소주의 탈을 쓴 한국식 위스키, 운암 증류식소주 32 오크

 

운암 증류식소주 오크 32

제품명 : 운암 증류식소주 오크 32

가격 : 12900원(온라인기준)

원산지 : 경남 창원시, 맑은내일

식품의유형 : 증류식소주

용량 : 375ML

도수 : 32%vol


 

눈으로 보이는 외관은 소주라고는 믿기지 않는 상태를 선보이고 있다. 병 안에 담겨 있는 술의 색깔을 보라, 누가 저것을 소주라고 생각할 것인가. 하지만 병의 뒷 면을 보면 당당하게 '증류식소주'라고 적혀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맑은 내일'에서 탄생한 이 '운암 32'는 인공감미료 및 어떠한 당도 들어가지 않았고, 쌀 본연의 맛과 풍미에 집중한 무첨가 웰메이드 소주라고 한다. 32도라는 상당히 높은 도수를 지니고 있으나 감압증류방식을 이용하였기에 셰리오크에서 탄생한 진한 오크향과 더불어 증류식소주 특유의 부드러운 곡물향을 느낄 수 있다고.

 

술의 가격은 12900원, 요즈음 증류식소주를 꽤나 자주 마셔서 그런지 그리 비싸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아직 맛을 보기는 전이나 새로운 시도에 도수를 생각해 보면 적당한 가격으로 느껴진다. 

 

참고로 술의 이름이 '운암'인 이유는 1945년부터 시작된 맑은 내일의 전통과 운암서원을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잔에 따라 놓은 술의 색깔은 누가 보아도 절대로 소주의 색은 아니다. 누르스름한 것이 약간 연한 위스키의 색을 띠고 있으며, 얼핏 보면 보리차가 생각나기도 한다. 

 

코를 가져다 대니 진한 오크의 냄새가 잔을 타고 올라온다. 꿀, 오크, 후추, 헤이즐넛, 바닐라 등의 향과 약간의 스파이시함이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확실히 느껴지는 향이 절대 소주의 향기는 아니다. 소주잔에 따라 놓은 상태가 아니고, 이 술이 '증류식소주'라는 것을 몰랐다면 단순히 향만으로는 어떤 종류의 술인지 맞추긴 어려울 것 같다.

 

코를 때리는 향이 확실히 꽤 괜찮다. 일반적으로 소주에서 생각할 수 없는 향이라 그런지 조금 더 새롭고, 마음에 드는 느낌이다. 그럼 향에 비해서 과연 맛은 어떨까.


 잔을 가볍게 흔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진한 알코올이 오크향과 함께 혀를 넘어온다. 알코올과 스파이시함, 곡물과 씁쓸함, 그리고 약간의 단 맛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예상보다 목구멍에서 맛이 꽤나 오래 남아 있는 편이다.

 

부드럽게 목구멍을 통과한 술은 오크의 향과 씁쓸함을 여운으로 남기고 사라지고, 술 자체가 부드러운 편이라 그런지 도수에 비하여 과정이 깔끔하게 다가온다.

 

확실히 향은 위스키의 맛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맛에 있어선 증류식소주와 위스키가 5:5 정도의 비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맛을 느끼는 데 있어서 향이 굉장히 큰 비율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그런 탓인진 모르겠으나 처음 혀를 휘감을 땐 증류식소주 같다가도 향이 밀려오면서부터 위스키 같은 느낌이 든다.

 

단 맛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달콤함이 강한 편은 아니며, 싸한 알코올과 스파이시함 거기에 더해지는 오크의 향이 상당히 매력적인 술이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향과 같이 입에서 퍼지는 풍미 역시 그럴듯하기에 새로운 술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음주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도수가 32도이기 때문에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보단 하이볼로 마시는 것이 부담이 덜한 편이다. 도수에 비하여 질감은 부드러우나 알코올의 느낌은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액 그대로 마시다간 언제 취하는지 모르고 말을 절게 될 것이다.

 

하이볼로 마신다고 하여 오크의 향이 그렇게 옅어지는 것은 아니니, 강한 도수가 부담스럽다면 조금 더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맛을 느낄 수 있는 온더락이나 하이볼을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론 온더락이 가장 괜찮다고 느껴졌다. 원래 하이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그런지, 얼음 위에 술을 떨어뜨리고 음주하니 한결 더 조화로운 술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혹시 하이볼을 음주할 생각이 있다면 얼그레이 하이볼을 추천한다. 일반 하이볼보다는 얼그레이 하이볼로 음주하는 것이 맛에 있어선 훨씬 괜찮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운암 32'에 곁들일 안주로는 핑거푸드를 권하고 싶다. 치즈도 괜찮고 비스킷, 카나페 등 안주보다는 술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안주는 이 술의 맛을 가리니 가벼운 음식과 즐기는게 좋을 것이다.

 

'운암 증류식소주 32 오크' 예상보다 꽤나 훌륭한 향이 느껴져서 깜짝 놀랐던 술이었다. 맛에 있어선 잘 만든 증류식소주 같은 느낌이나, 오크의 향이 느껴져서 그런지 확실히 위스키의 느낌이 적절히 섞여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향이 강하기에 증류식소주를 즐기려고 산 사람들은 약간 당황하지 않을까.

 

소주의 변화가 어디까지 갈지 참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위스키 탈을 쓴 소주가 나온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인의 탈을 쓴 소주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지. 만약 그런 소주가 나온다면, 가장 먼저 여러분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도록 해보겠다.

 

한국식 위스키, '운암 증류식소주 32 오크'의 주간평가는 3.7/5.0이다. 오크의 향이 은은히 퍼지는 증류식소주는 신기로웠고, 만족스러웠다.


개인적 평가

맛 ★★★★☆(3.5)

가격 ★★★☆☆

바디감 ★★☆☆☆

당도 ★☆☆☆☆

향 ★★★★☆

산미 ☆☆☆☆☆

탄산 ☆☆☆☆☆

풍미 ★★★★☆(3.5)

 

주간(酒肝)평가

★★★★☆

3.7점 입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