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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일기/고량주

바닐라와 오크의 묵직한 향연, 서울고량주 오크/★★★★☆(3.5)

by 주(酒)간(肝)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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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량주', 사실 어릴 적의 나에게 이 술은 그렇게 가깝게 느껴지는 이름은 아니었다. 일단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술이 아니었으며, 간혹 중국집에 가서야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생김새가 지금까지 봐왔던 술들과는 너무 달라 상당히 낯설게 다가왔다.

 

위스키나 와인처럼 고급스럽게 생긴 것도 아니고, 소주나 맥주처럼 정겹게 생긴 것도 아니었다. 첫 마주한 고량주, 특히나 빨간색이 너무 돋보여 흔히 '빼갈'이라 부르는 이 술은 당시의 내가 가까이하기엔 너무 이국적인 친구였다. 뭐 지금 와서야 크게 주종을 가리지 않으니 당연히 고량주도 즐겁게 음주하지만, 여하튼 그때는 그랬다는 것이다. 

 

그럼 갑자기 나의 이런 추억 이야기를 왜 하느냐. 바로 오늘 내가 음주할 술이 고량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도 아닌 한국에서 탄생한. 우연찮게 발견한 이 친구가 과연 어떤 모습과 맛을 가지고 있을지,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바닐라와 오크의 묵직한 향연, 서울고량주 오크

서울고량주 오크

제품명 : 서울고량주 오크

가격 : 16000원(온라인기준)

원산지 : 충청북도 영동군, 한국고량주

식품의유형 : 고량주

용량 : 375ML

도수 : 40%vol


 

이 술을 전통주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고량주라고 불러야 할까. 겉모습은 전통주에 가까우며, 그 안에 채워진 것은 위스키의 빛깔이 생각나나 갈색으로 장식된 병의 전면부엔 '서울고량주 오크'라고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고량주치고는 꽤나 고귀하게 생긴 요 녀석은 충북 영동궁 황간면에 위치한 한국고량주의 양웅석 대표가 2012년부터 연구하여 우리나라 수수로 탄생시킨 술로서, 1930년부터 술을 빚은 김태옹 옹과 전통 발효음식 김영자 명인의 손 끝에서 수수 누룩으로 만들어졌다.

 

전 세계 어디에도 적용된 적 없는 무농약 수수누룩으로 탄생했다고 하는데, 병의 디자인이나 과정, 만들어진 연구 시간 등을 종합해 보면 부단히 노력하여 나온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술의 가격은 16000원. 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도수나 걸어온 계단을 생각했을 때엔 그리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우리는 그 고된 길을 단 한 잔에 배우게 되는 것이니까.


술을 잔에 따라보니 더욱 고량주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위스키, 보리차 등 나의 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영향일 수도 있으나, 최소한 내가 알고 있는 고량주의 모습은 아니었다.

 

늘 그랬듯이 잔을 몇 번 돌리고 코를 가져다 대니 진한 오크의 향기가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오크, 바닐라, 꿀 등의 고량주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향기. 오크에서 숙성시켰기 때문인지 위스키에 더욱 가까운 향이라고 느껴졌다.

 

향이 확실히 상당히 눅진하게 코를 감싸주는 느낌이다. 향의 끝에는 씁쓸함과 함께 스파이시함이 자리 잡고 있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술에 대한 기대를 돋구어 준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스파이시한 술이 혀를 톡톡 건드리면서 내려간다. 향에 비해서 좀 더 강렬한 맛을 지니고 있고, 코를 녹이며 들어오는 향은 조화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

 

술 자체가 부드러운 편이라 술이 혀를 툭 친 후에는 목 넘김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곱게 전개된다. 이후 씁쓸함과 스파이시함, 오크향을 남기고 사라지며, 여운은 짧고 굵은 편이다.

 

가벼운 무게에 적당한 풍미, 스파이시함과 오크향이 매력적인 고량주라고 생각된다. 40도라는 도수에 비하여 부드러운 향을 가지고 있지만 맛은 그 강렬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에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고량주의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고 하기엔 애매하며, 고량주와 위스키의 중간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좀 더 편할듯한 술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맛의 끝에서 고량주의 맛을 톡톡히 느낄 수 있는데, 코에선 오크와 바닐라의 향이 진동을 하기 때문에 만약 이 술이 고량주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맞추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입에선 고량주, 향에선 위스키라고 하면 이 두 가지가 잘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떠올리는 것보다 이 둘의 조화가 꽤나 괜찮게 다가온다. 술이 맛에서 스파이시함이 많이 강조되긴 하였으나 끝에는 미세한 단 맛도 가지고 있으며, 이 특유의 맛이 서울고량주가 가진 향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목이 타는 느낌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술 자체가 강렬한 편이기 때문에 안주로는 탕수육, 꿔바로우 등의 기름기 많은 안주를 추천하고 싶다. 고량주 한 잔에 안주 한 점이라면, 아마 음식이 가진 느끼함을 단 번에 씻어내려 버려 주지 않을까. 그럼 또 다음 잔을 먹게 되고, 다음 안주를 먹게 되고. 하지만 이 술은 40도고. 

 

부디 실수를 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서울고량주 오크', 이 술은 서울고량주의 시리즈 중 하나이다. 오크가 가장 눈길을 끌어 구매하였고, 만약 내 생각보다 술이 별로라면 다른 시리즈를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오늘 음주해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엔 다른 시리즈도 들려 있을 듯하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고량주는 상당히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였다. 그도 그렇듯이 이렇게 강렬한 스파이시함과 맛, 그리고 고풍스러운 오크와 바닐라의 향을 언제 동시에 느껴보겠는가.

 

한국에서 한국인의 손으로 탄생한 고량주, '서울고량주 오크'의 주간 평가는 3.8/5.0이다. 부드럽고, 강렬하며, 만족스러운 조화를 보이는 술이었다.


개인적 평가

맛 ★★★★☆(3.5)

가격 ★★★★☆(3.5)

바디감 ★★☆☆☆(1.5)

당도 ★☆☆☆☆(0.5)

향 ★★★★☆(3.5)

산미 ☆☆☆☆☆

탄산 ☆☆☆☆☆

풍미 ★★★☆☆

 

주간(酒肝)평가

★★★★☆

3.5점 입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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