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023년을 일컫는 말이다. 육십 간지의 40번째로 계는 흑색을, 묘는 토끼를 의미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뜬금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굳이 오늘의 시작을 을 '계묘년'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바로 오늘 이야기할 술의 이름이 바로, '까망 토끼'이기 때문이다.
'까망 토끼', 이름만 들어선 어떤 술일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소주 같기도 하며, 전통주 같기도 하고, 청주 같기도 하다. 술의 종류뿐만이 아니라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도 예상이 잘 가지 않는다. '까망 토끼'이니 검은색일까, 아니면 그저 이름이 '까망 토끼'일뿐인 걸까.
계묘년을 상징하는 '검은색 토끼'를 그대로 가지고 온 바로 이 술, 어떤 생김새와 맛을 지니고 있을지. 부디 우리에게 계묘년 좋은 술이 되어주길 바라며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계묘년의 추억을 혀 끝에 남기다, 까망토끼

까망토끼
제품명 : 까망토끼
가격 : 9000원(온라인기준)
원산지 : 경기도 용인시, (주)술샘
식품의유형 : 살균탁주
용량 : 375ML
도수 : 9%vol
'까망토끼', 아는 사람은 한 번에 알아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름에 비하여 외외로 꽤나 간단하게 생긴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전통주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반적인 탁주에서 볼 수 없는 매력적인 색깔을 지니고 있는 막걸리.
병 안을 가득 채운 적당히 짙은 검은색 술과, 겉을 두르고 있는 검은색 토끼가 눈에 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는 것을 보니, 꽤나 새초롬한 성격을 가진 친구처럼 느껴진다.
(주)술샘에서 만들어진 이 '까망토끼'의 가격은 9000원. 매력 있는 색깔답게 용인 백옥쌀과 국내산 흑미로 만들어졌다. 또한 100% 수작업으로 빚어져 부드러운 목 넘김, 쌀의 풍부한 단 맛, 묵직한 바디감의 조화로움을 보여준다고 한다.
풍부한 단 맛과 묵직한 바디감의 조합이라.. 당연히 이렇게 설명만 들어서 나쁘지 않은 술이 있겠냐만은, 아무래도 외관이 특별하다 보니 다른 막걸리에 비하여 조금 더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 같다.

잔에 따라진 술은 파스텔톤의 흑빛을 자랑한다. 이렇게 보면 코코아 같기도 하고, 저렇게 보면 팥을 물에 탄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꽤나 고운 빛깔을 띄고 있으며, 그리 서로 잘 달라붙어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코를 대보니 달짝 지근한 흑미의 향이 부드럽게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약간의 시나몬 향을 포함하고 있으며, 달콤하면서도 코 끝에 감도는 이 미묘한 계피의 향은 생각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여기에 이 '까망토끼'의 경우 9도라는 막걸리 치고는 적당히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는데, 알코올의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 역시 상당이 마음에 든다.
잔을 빙빙 돌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고운 단 맛과 시나몬, 그리고 약간의 씁쓸함이 혀를 건드린다. 탄산은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술이 굉장히 부드럽게 들어와 목구멍으로 빠져나가고, 묵직한 바디감은 아니나 맛 자체가 기존의 막걸리에 비하여 독특하고 재미있다. 목넘김 후에는 달콤함과 시나몬 향을 남기고 금세 사라지는 것을 보니 여운이 긴 술은 아닌 듯하다.

전반적으로 적당히 가벼운 무게감에 꽤나 괜찮은 풍미를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달짝 지근하고 매력 있는 시나몬의 향과 맛은 진한 흑미의 맛을 예상했던 나에겐 있어선 상당한 반전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나쁜 쪽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9도라는 알코올을 가지고 있음에도 알코올의 향과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맛의 끝에선 오미자 때문인지 약간의 산미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달콤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음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씁쓸하면서도 달콤하고, 맛의 끝엔 약간의 산미도 느껴지며 시나몬 향을 풍기는 막걸리. 설명으로 들어선 이해하기 힘든 맛이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매력 있다. 정말로.
술이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기에 안주로는 매운 음식들을 추천하고 싶다. 낚지 볶음, 주꾸미 볶음 등과 굉장히 잘 어울릴법한 술이다. 이 달짝지근한 맛에 매운 낚지 한 점이면, 세상 다 가진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까망토끼', 개인적으로는 최근 음주하였던 술들 중 상당히 인상 깊은 맛을 가져다주었다. 이전에 음주하였던 '붉은 원숭이'의 경우는 그 색에 비하여 무난한 맛을 선보였는데, '까망토끼'는 색에 비하여 상당히 독특한 맛을 혀에 선사하였다. 이 때문인지 만약 두 병 중 한 병을 음주한다고 가정하면 확실히 '까망토끼'를 좀 더 추천할 것 같다.
'계묘년'을 기념하여 나온 오늘의 술, '까망토끼'의 주간 평가는 '5/3.8'이다. 독특한 빛깔과 독특한 맛, 그 양쪽 모두를 너무 튀지 않게 잘 녹여낸 술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개인적 평가
맛 ★★★★☆(3.8)
가격 ★★★☆☆
바디감 ★★☆☆☆
당도 ★★★☆☆
향 ★★★☆☆(3.5)
산미 ★☆☆☆☆
탄산 ☆☆☆☆☆
풍미 ★★★★☆(3.5)
주간(酒肝)평가
★★★★☆
3.8점 입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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